주인공인 히라야마는 동창회에서 그의 예전 선생을 만나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노처녀로 그의 곁을 지키는 딸. 자신과 딸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닮은 그들의 모습에 히라야마는 고뇌한다.
국수 가게를 하며 삶을 영위하는, 시들어버린 쪽박 선생은 전쟁 이전의 세대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제자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이곳은 맛없다며 자리를 뜨는 주인공의 지인을 뒤로 하며 자리 정리를 하는 선생의 모습은 쓸쓸하고 처량함이 가득하다.
갈등이 되는 장면이 있다. 술집에서 해군의 군가를 틀고 제식을 상기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씬. "전쟁에서 이겼더라면..."이라 내뱉는 순간을 우리는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다만 오즈가 진정 조국의 이데올로기적 패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의도였다면, 그 이후 "패전이 오히려 잘된 일일수도 있지 않겠냐."라는 히라야마의 대사를 일부러 넣진 않았으리라.
철없는 장남과 그의 아내와의 에피소드는 색감과 더불어 더없이 사랑스럽다. 유난히 느릿하고 심각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해 준다. 이야기의 전체로 보면 필요가 없는 에피소드일 수 있겠지만, 영화의 전체로 보면 또 반드시 필요한 시퀀스라 느껴진다.
혼사를 '당면한 과제'로 처리하는 것처럼 일견 느껴졌던 오즈의 다른 영화와 다르게, <꽁치의 맛>은 그 '당면'하기까지의 과정을 깊게 풀어내는 가장 침착한 영화다. 본격적인 '중매'는 영화의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시작되니 말이다.
필로우 숏으로 끝났던 다른 오즈의 영화들과 다르게, 히라야마 역으로 분한 배우 류 치슈의 뒷모습을 진하게 비추며 끝낸다. 오즈 스스로 이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임을 선언하는 듯. 오즈의 여정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