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2023 · 셀린 송 · 미국, 한국
후보 · 아카데미 작품상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106분 · 드라마 · 로맨스 · 12세 이상 ·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문승아 · 음악 Christopher Bear · 촬영 Shabier Kirch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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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 시절 첫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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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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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억들이 사라지기에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만 그저 우리는 편린과도 같은 어떤 기억에 영원히 붙잡힌 바 될 뿐이다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있는 세 주인공을 보고 화면 밖의 누군가가 추측한다. "저들은 어떤 사이일까?"라고. 고전적이라 느낄 정도로 이야기는 직진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분명 아날로그적인 영화다. 35mm 필름에 담긴 이 영화는 특유의 필름 질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상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통속적인 이야기에 사술을 부리지 않는 화법.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급작스럽게 튀지 않고 중심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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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작이 마냥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어설프게 유행을 좇아 이도저도 아닌 엉성한 아류작으로 남지 않았음에도 있었을 것이며, 이야기의 중반까지 일명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해 이것이 21세기의 사랑 이야기임을 능청스레 강조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 연락이 끊기고 혹은 연락을 받지 못하는, 비대면 디지털 시대이기에 생겨나는 침묵의 애타는 순간들이 볼 만하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기본기가 굉장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고작 러닝타임 20분 만에 두 주인공의 '영상통화로의 재회' 장면에서 이토록 애틋함을 자아낼 수 있었던 걸까. 재회를 이룬 순간에도 영화는 유난을 떨지 않는다. 사랑이 넘치는 연인들이 가득한 뉴욕의 거리. 그곳에 연인이 아닌 일행은 그들이 유일하지만, 그들의 심장 소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여느 연인들의 그것보다 크게 뛰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알고 있지만, 최소한 영화는 이를 자극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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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는 잔상을 밝히는 영화이자 기억이라는 요소의 육중한 무게감을 성실하게 집중하는 영화다. 노라가 한국말로 꾸는 꿈은 아서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세상일 테다. 분명 노라의 남편은 아서이지만, 아서가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이 24년 전 나영과 해성의 추억, 시간일 것이다. 많은 기억들이 잊혀지지만, 어떤 기억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아 우리를 영원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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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은 해성과 세 번 이별했다. 세 번 모두 자신의 목표를 공고히 이루기 위해. 그러나 첫 번째 이별과 두 번째 이별에서 나영은 해성을 온전히 잊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별에서 드디어 나영은 해성을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모든 것을 털어냈기에 그녀는 후련히 24년 전 울보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영원히 닿지 못할 것만 같던 그녀의 우주 한켠에 아서가 드디어 들어와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해성은 그대가 아니라 그때를 그리워했던 걸까. 아마도 노라는 더이상 한국말로 꿈을 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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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가진 세월과 아이가 가진 순진무구함을 모두 가지고 있던 유태오는 양조위를 떠올리게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했다. 셀린 송이 왕가위 같은 훌륭한 거장으로 성장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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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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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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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좋았어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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