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다룬 영화기에 영화 전체에 성경의 모티브가 가득하다. 밀고자에게 주는 은전과 십자가형 사형수에게 건네는 포도주의 이미지는 명백한 성경의 레퍼런스이다. 로드리게스의 주위를 맴도는 통역가는 마치 광야에서 예수를 시험하는 악마의 형상을 연상케 한다.
<사일런스>는 마치 테렌스 맬릭이 만든 종교 영화처럼 느껴진다. 영화 전반으로 흐르는 나레이션의 사용은 두 감독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로드리게스의 의식을 따라가는 숏들은 분명 맬릭의 화법을 연상케 한다. 테렌스 맬릭이 운문의 형태를 띤 영화를 만드는 것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산문의 테렌스 맬릭같은 느낌이 든다.
기치지로의 캐릭터는 흥미롭다. 살아남기 위해 배교를 밥먹듯이 일삼지만, 살아남은 후에도 예수를 믿으며 죽는 순간까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배반을 일삼는 기치지로의 캐릭터는 유다와 베드로의 행동들을 섞어놓은 듯하다. 배교의 행위 이후에도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믿음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일까. 결국 배교를 수행한 로드리게스가 평생 믿음을 감춘 채 살아간 것과 배교를 일삼으면서도 믿음을 숨기지 않는 기치지로의 두 모습이 다르기에 주목할 만한 구도다.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영화의 주제가 조금 더 암시적이고 모호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종교를 다룬 영화에서, 특히나 감독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영화라면 그 메시지가 직설적일수록 촌스러워진다 생각한다. 마지막 십자가나 영화 후반 예수의 응답은 'holy'하지만 다소 직설적인 감이 있다고 생각해 아쉬웠다.
앤드류 가필드라는 배우를 이전까지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핵소 고지>, <소셜 네트워크> 등의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봤지만 그다지 인상 깊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마냥 앳돼 보이는 얼굴이 밋밋하게만 보였었다.
<사일런스>에서의 앤드류 가필드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극중 기리시탄들이 배교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찌 해야 될 것인지 묻게 될 때 이 질문에 대한 리액션으로서의 가필드의 표정 연기가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감독의 차이였을까.
스콜세지가 이 영화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만들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아직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보지 못했지만 스콜세지의 영화는 매번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심지어 <분노의 주먹>마저도. 그러나 이 영화에선 (적어도 내 기준에선) 코미디를 의도하고 만든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진중하고 엄숙한 스콜세지도 난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