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의 영화는 이상하다. 프레임 속에서 기교를 부리지도 않으며 플롯을 가지고 장난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허나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걸리는 구석들이 생긴다. 구태여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관객의 시선은 이상한 곳으로 흐르게 된다. 복수의 서사를 띤 영화가 -물론 이 서사는 재감상에도 변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저 한 인물의 브이로그처럼도 보이고, 여럿의 인물들이 얽힌 연애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자체로는 어렵지만 그 영화와 감독을 관심있게 탐구한다면 의외로 영화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결은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존 포드의 영화는 영화 자체로는 어렵지 않으나 당최 이 감독이 무슨 의도로 이 장면들을 집어넣은 건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황야의 결투>의 흐름은 심히 이상하다. <절은 링컨>이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와 같은, 존 포드의 다른 "이상한" 영화들이 많지만 이 영화 역시 그들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으로만 보자면 (내가 본) 존 포드의 영화들 중 가장 이상하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일, 와이어트가 의자에 앉은 채 현관 기둥에 발을 올려놓는 장면에서의 와이어트의 의도는 무엇일까. 존 포드의 의도는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의도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상적인 장면이지만 이 장면은 '그냥' 있는 것만 같다. 역설적이게도 이 순간의 무목적성이 <황야의 결투>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처럼 느껴진다.
첫 시퀀스와 마지막 시퀀스를 제외한다면 주인공 와이어트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한 직관적인 행동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목장에 내린 와이어트는 일견 동생의 복수에는 관심없어 보이는 듯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첨부한 크라이테리온 사진의 모습이 그렇듯, 와이어트는 사뭇 심드렁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명의 힘이 닿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적 복수의 매혹적인 모습이 서부극의 주요한 테마이고 흥행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복수극이라는 골조를 지닌 다수의 영화들은 당면한 과제들만을 해결하며 구태의연한 '왕도'를 따라가기 십상이지 않던가. 와이어트와 마찬가지로 포드는 복수극의 왕도에 심드렁해 보인다.
복수극의 주제를 온전히 버리진 않은 이 영화는 극의 후반 기어이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와이어트를 OK목장으로 보낸다. 허나 이 영화는 와이어트를 보안관이라는 직업으로 설정해, 사적 복수라는 내용물의 겉을 사법적 정의구현이라는 포장지로 꾸며내는 재기를 보여준다. 폭력의 책임없는 매혹성을 경계하려는 포드의 움직임은 특징적이다.
포드가 과감하게 남겨놓은 영화의 공란은 역설적으로 다시 없을 그만의 걸작을 만들었다. 잉여들이 형형하게 빛나는 것이야말로 존 포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