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Mickey 17

2025 · 봉준호 · 미국, 영국
미키 17 포스터
137분 · SF · 코미디 · 모험 · 15세 이상 ·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 음악 정재일 · 촬영 다리우스 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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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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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월드의 정수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순간

1인 2역, 도플갱어라는 설정이 2025년 현재에 그렇게까지 참신한 설정이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주인공 캐릭터 자체의 개성이 얼만큼의 성취를 이뤄내느냐에 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키 17>은 캐릭터의 개성보다 배우(로버트 패틴슨)의 개성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말인즉슨 <미키 17>의 주인공 미키는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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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특징으로 인해 극중에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여러 논의를 환기시킨다. 죽는 것은 어떤 느낌인 것인지, 멀티플이란 현상의 발생으로 인격이 분리된 것인지, 내가 죽으면 '나'는 끝이고 '너'가 살아가는 것인지. 그러나 그 의문들을 그저 한 번 언급하기에 그치며 통속적인 로맨스 서사가 그러한 (확상시켰을 때 보다 흥미로웠을) 여러 논의들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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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미키 17>은 봉준호 특유의 국적성, 보다 정확하겐 '김치식 유머'가 상실된 작품이다. 봉준호의 유머는 한국이란 나라의 문화적인 특색이 아주 진하게 함유된 유머들이었다. 공교롭게도 해외의 물이 들어간 <설국열차>와 <옥자>가 본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김치식 유머'가 상실됐다. 풍성한 자본의 냄새를 한껏 풍기며 오버스럽게 쇼를 벌이는 미국식 유머의 일종. 미국의 그 억지스런 유쾌함이 봉준호 월드의 정수와는 미묘하게 어깃장을 놓는다. 봉준호의 '오두방정'은 스케일이 화려하지 않아야 잘 어울린다. 할리우드의 자본에선 너무 'Glamorous'해보인다. <기생충>보다 장르적이지만 장르적인 매력이 별로다. 코미디는 독창적이지 못하고 스릴러는 강렬하지 못하다. 등장인물들의 앙상블이 넘쳤던 봉준호의 다른 작품들관 다르게 본작의 인물들은 평면적인 선/악역이거나 (지크/티모) 혹은 이미 예정된 결과를 향한 발사대 역할을 수행할 뿐인 (나샤)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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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 이번에도 들었다. 감독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영화를 만들 때, 필연적으로 번역을 거치게 되면서 감독이 본래 의도했던 말의 뉘앙스와, 감독과 같은 언어권의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각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외국인'의 시선에선 때려죽여도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있다는 임권택의 작품들처럼, 봉준호의 작품들은 외피의 현란한 장르적 재미뿐만 아니라 그 저변에 존재하는 미묘한 뉘앙스와 아이러니를 탐구하는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미키 17>에는 그런 것이 없다. 봉준호답지 않게 공허한 오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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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트와일라잇 이후의) 그의 수많은 빛나는 연기들 중에서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본작에서 대단히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17과 18을 동시에 연기하는데 둘 중 한 명이 존재감에서 밀리지 않고 둘 중 한 명이 씬에서 과하게 튀지 않는다. 중도를 지키면서도 각각의 존재감을 어필한다는 과제는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로버트 패틴슨을 이제 위대한 배우의 반열에 놓아도 되지 않을까.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봉준호의 봉우리와 해구」 지도›「영화가 영화에 답하다」 지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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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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