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비주얼과 눈 뗄 수 없는 'activity'. 이 영화는 문자 그대로 지상 최대의 쇼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가장 큰 야심이라면, 제임스 카메론은 그 목표를 완벽하게 성취한 듯 보인다.
제임스 카메론은 창조한 세계를 뒤 없이 '벌려놓기만' 하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토착 생물 '팔루루칸', 전설적인 이크란 '토르크', 아버지가 네이티리에게 물려주는 활 등. 영화에서 지나치는 설정들이 어느 하나 낭비되지 않았다. 그 모든 떡밥들을 깨끗이 사용한다.
몸은 변하지만 정신은 그대로인 '아바타'라는 설정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혼란과 고뇌도 이 영화는 성실히 다룬다. 인간 제이크가 잠에 들면 나비족의 제이크는 깨어난다. 나비족 제이크가 잠에 들면 인간 제이크는 잠에서 깨어난다. 제이크의 낮과 밤은 변해간다. 정신적으로는 나비족의 일원이 되어가지만 그는 여전히 아바타라는 분신에 접속중인 인간이다. 스스로에게 부여된 과제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다. 쯔테이를 비롯한 나비족 일부는 제이크를 향해 그는 우리처럼 될 수 없다 믿는다. <아바타>는 더없이 거대한 세계를 구현한 대서사인 동시에 가장 작은 한 인물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의 테마를 가진 영화다.
<아바타>의 이야기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분명히 은유하고 있다. 스콜피온 건십으로 홈트리를 파괴하는 씬에선 마치 네이팜탄을 투하하는 미 군, <지옥의 묵시록>의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과 맞대응하는 모습은 베트남전의 게릴라 작전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과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침탈과 학살을 벌이고, '나와 다른' 세력의 문화와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RDA의 일방향성은 분명한 제국주의의 현신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역시나 제임스 카메론이다.
무엇보다 <아바타>의 감정적인 밀도는 뛰어나다. 또한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에게 가장 감탄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비족이라는, 인간이 아닌 '외계인'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사랑과 생존에 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얼만큼의 감정을 이입하고 얼만큼의 감동을 선사받을 수 있을까. 수많은 휴머노이드들의 등장에서 여전히 언캐니 밸리를 느끼는 우리들이지만 <아바타> 속 나비족의 서사에는 전혀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인간의 이야기'- '나비족으로 변화하는 인간'-'나비족의 이야기'라는 구도를 능청스러울 정도로 치밀하게 설치했다. 이미 충분한 이입이 나비족들에게 이뤄졌기 때문이었을까, 인간을 죽이는 장면들이 이리 호쾌하고 재밌을 줄이야.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관객 모두가 나비족이다. 야심은 치밀한 계획으로 설계된다. 제임스 카메론은 수십 가지의 도구를 가지고 요리를 준비하는 일류 셰프와 같다.
2009년에 등장했던 <아바타>는 여전히 영화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과도 같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적어도 2022년 현재까지는 그 어떤 영화들과도 비교를 불허하는 시각적 비전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10년, 20년, 30년 뒤의 <아바타>의 위치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시간이 지난 뒤 이 영화가 그저 특수효과의 발전 과정 중의 한 가지 '순간'으로만 기억될 영화일지, 혹은 수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에게 생생히 살아 있는 영화적 체험을 선사해 주는 고전으로 남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허나 전자로 남는다 할지라도 <아바타>는 그 자체로도 기념비적인 영화이며, 나는 이 시점에서 <아바타>의 생명력이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확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