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얼마나 고달픈 직군인지 읊어내는 도중에도 '존나게'라는 부사어를 섞어가며 말한다. 우리 모두는 주인공 강철중이 격조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안티 히어로. 공적 정의의 실현보단 스스로의 화풀이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하고, 부정하게 사익을 챙기는데 주저함이 없다. 주인공의 성격이 본작의 성격을 요약해준다. <공공의 적>은 굉장히 뭉툭하고 남성적이며 거친 영화다. 많은 대사들이 굉장히 '명대사스러운' 양식적인 대사들이기에 지금의 시선에선 다소 작위적이라 느껴질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 뭉툭함을 애써 다듬으려 하지 않고 끝까지 정공법으로 달려갔기에 결국 관객들을 설득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잡은 성공사례에 놓을 만하다.
무엇보다 본작의 가장 큰 성취는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점에 위치할 빌런인 조규환이란 캐릭터다. 아마도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을 모티브로 삼았을 캐릭터지만, 이 성취는 그 이상으로 이루어졌다. 샤워 도중 욕설을 내뱉으며 수음하는 규환. 샤워를 마치고 나선 자식을 안으며 자상한 아버지로 변하는 규환.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준다. 접촉사고를 당한 상대방 앞에선 최선을 다해 젠틀함의 가면을 쓰지만, 어둠이 닥치자 그의 싸이코적인 다른 면이 본색을 드러낸다. 이익이 물거품으로 끝날 위기에 처하자 고민 없이 부모를 살해하고, 시체가 널브러진 집을 거닐며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위신이 더럽혀졌다 느끼면 성인군자와도 같은 사람일지라도 잔인하게 살해한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부모의 시체에는 밀가루를 뿌리지만, 완전범죄를 꿈꾼다면 비합리적인 행동이었을 증거를 일부러 남기며 철중을 도발하기도 하며, '푼돈'으로 살인을 저지르진 않는다는 선민의식을 보여준다. "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는,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인물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선 안되는 것이다" 라는, 두 다리를 대지에 내내 붙인 사람 냄새 나는 철중이라는 인물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은 배우 이성재의 절묘한 연기 덕분이었다.
이야기가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없지만 주연인 철중과 규환 이외에도 조연인 끈끈이, 최검사, 엄반장 등 반짝이는 캐릭터들의 앙상블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잡범인 사회 하층과 악질범인 사회 상류층이 병렬되어 있는 등 편집에서도 가치 있는 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