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한 분위기의 오프닝과 대비될 정도로 영화는 시작부터 한국적 정서를 굉장히 어필한다. 사투리, 시골, 트로트 같은 소재를 프레임 속에 적극 담는다. 한없이 평화로운 전원의 삶을 보여주지만 계속해서 많은 떡밥을 뿌린다. 이렇듯 '갭'의 영화인 <마녀>는 한편 각성의 모티브를 다루거니와 비화를 담은 이야기이다.
영화의 비밀이자 자윤 개인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마다 밋밋하게 읊어대는 화법이 매우 아쉽다. 능청스러움과 항마력 그 어딘가를 연기한 귀공자의 '설명'은 차치하고서라도, 닥터 백이 친절히도 자윤을 앉혀두고 모든 비화를 떠먹이는 씬은 절로 따분해진다.
독특한 소재는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연적으로 필요했을 테지만 '숙제 처리'같은 전달은 관객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마저 사그라들게 만든다. 세계관은 벌려놓고 책임은 지지 못한 태만함일 뿐이다. 관객들은 더는 궁금한 것이 없다. 조금 더 숨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영화에서 비속어와 영어 대사가 상당히 거슬리게 들린다. 상황과 상황 사이에 침전된 특유의 감정을 분출하는 기능으로, 극중의 맥락을 위해 필연적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생경한 정서를 부각시키거나 방점을 찍기 위해, 이러한 대사들을 사용한다면 상관없겠다. 이 영화에서 전.후자의 대사들은 감독 스스로 생각하는 어떤 특정한 '멋'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관성적으로 오용되고 있는 듯 하다.
그나마 외국어 대사의 경우는 인물을 설명하는 이유로 기능하기라도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마치 무심경하게 점점 많은 조미료를 음식에 투여하는 대한민국의 식당 풍경을 연상케 한다. 비속어를 사용한 "X발 모르겠다." 같은 명대사도 있고, 할리우드의 기준에서도 외국어인 "Hasta la vista." 같은 명대사도 있다. '기억할 만한 순간'은 관성적인 남용 가운데 돌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성격이라 김다미라는 배우의 연기를 이 영화를 통해 사실상 처음 접한 케이스인데, 신인이 수행하기 부담스러웠을 소재나 감정이었을텐데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귀여운 그녀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광기로 뒤덮인 각성의 순간 또한 인상적인 연기였다.
허나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녀를 악으로 만들어놓고 굳이 다시 그녀를 선으로 땜질하는 영화다. 악성(惡性)의 힘으로 상대를 파괴하는 것을 스스로 즐기는 영화임에도 막바지에 이르러 저렴한 감성을 그녀에게 투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감독의 선택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