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군과 북군 간의 구도가 정치적이다는 느낌은 든다. 이스트우드의 정치 성향이 워낙 유명하기에 그런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다만 남군측 인물들은 선으로, 북군측 인물들은 악으로 그려진 것이 어쨌든 사실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즈와 인디언 추장과의 대화 시퀀스를 본다면 이 영화가 마냥 한쪽으로 기운 영화라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영화는 버림받은 자들이 만들어가는 연대가 핵심 요소이다. 가족이 없는 청년, 수난을 당한 인디언, 문명화된 인디언,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할머니와 그녀의 손녀, 발길이 끊긴 도시에 기거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과 길을 잃은 무법자까지. 남/북군의 구도가 미묘하게 정치적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 영화를 '프로파간다'라 칭할 수 없는 이유는, 시대의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함께 뭉쳐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인 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웰즈의 복수 과정에서도, 영화는 복수 그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강조하는 대신 웰즈가 가지고 있었을 상처에 그 초점을 맞춘다. 사실 조금 반성하게 된다. 나는 왜 제목만 보고 <킬 빌>과 같은 호쾌한 복수극을 기대했던 걸까. 이 영화가 경계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러한 지점이었을텐데.
제법 비장한 톤의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머리를 식혀줄 코믹한 개그도 눈에 띈다. 인물의 특징을 이용한 유희적인 개그가 특히 인상적이며, 서부국이라는 장르에서 이렇게 대놓고 웃기려는 투의 영화는 잘 본 적이 없었는데 하여튼 신선했다.
이스트우드의 영화에선, 별다른 테크닉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끌어잡는 장면들이 항상 있다. 인상적인 씬이 있어 길게 적겠다. [한 남자가 바에 들어오고, 웰즈와 신경전을 벌이다 나간다. 바에 있는 인물들은 안심하고, 할머니의 손녀도 안심한다. 허나 인디언만큼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웰즈는 오히려 자신의 손을 허리춤에 달려 있는 권총에 가까이 가져간다. 다시 그 남자가 들어오며, 아까와는 달리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이미 웰즈는 준비가 끝났으며, 순간 벌어진 짧은 결투는 웰즈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이 몇 분간의 씬은 촬영의 기교도 보이지 않으며, 강렬한 연기도 없다. 허나 굉장한 긴잠감이 느껴지며, 시쳇말로 숏들이 굉장히 쫀쫀하다. 숏에 가득한 생동감,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가져가는 가장 거대한 특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