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음악과, 사막 횡당하는 세 차. 그리고 SIRAT의 타이틀. 이야기 전체에 있어선 아무것도 아니지만 영화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순간처럼 단번에 느껴진다. 이 장면에 타이틀 로고를 붙인 것도 우연은 아니었겠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목표로 향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중엔 우리들마저 그들의 목적지에 대해 잊어버리게 된다. 사막에 있다는 다른 축제를 즐기기 위해 길을 떠나온 일행들의 모습에선 진정 축제가 열리는 곳이 있긴 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무목적성의 질주'만이 느껴진다. 마치 목적지는 맥거핀처럼 휘발되며, 관객은 그 여정 자체를 중요한 순간 순간이라 체감하게 된다. 절벽을 이동하고, 비 오는 날 밤에 이동하고, 멈췄다 나아가길 반복하는 우여곡절의 여정. 특히나 푸르게 노을이 지는 초저녁의 이미지까지, <소서러>를 떠올리게 한다.
목표가 맥거핀처럼 휘발되는 것은 실제로 이야기에서도 등장한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아들 이스테반과 함께 여정을 떠난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였지만, 영화 중간 그 아들마저 어이없는 사고로 눈앞에서 사망하고 만다. 딸을 찾기 위해 간 여정에서 아들과 전 재산이었던 차를 잃는다. 말하자면 루이스는 그 순간부터 생의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존 포드의 <웨건 마스터>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목적보다 운동 자체가 중요한 동의 영화.
<시라트>의 서사는 매우 간명하다 못해 희미하다.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그것과 상관없이 혹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주인공들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 그래서 영화의 배경과 이격되어 있는 그들의 서사 같지만서도, 한편으론 그들의 존재와 행동 자체가 전쟁 속 민간인들을 은유한 듯 보이는 지점도 있다. 사회적으로 약자로 '분류'될 수 있는 존재들, 그들은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라 말할 테지만 어쩐지 무언가를 피해 도망가는 듯한 인상의 '계속되는 이동',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뉴스를 떠올리게 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죽음들. 공포를 느끼고 소름이 끼치는, 영화를 모두 보며 느낀 감정들은 고스란히 '전쟁'을 겪은 이들의 감정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전쟁에 대한 개성적인 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