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영화의 오프닝. 막이 오르고 눈을 감은 두 여성이 무용하는 씬이 보여진다. 관객석에선 울고 있는 한 남자, 마르코. 그리고 그를 놀랍다는 듯 바라보는 남자, 베니그노.
이 영화는 사랑 영화다. 베니그노와 알리샤의 사랑 영화고, 마르코와 리디아의 사랑 영화고, 마르코와 알리샤의 사랑 영화다. 또한 베니그노와 마르코의 사랑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주된 목적이 동성애 코드라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사랑의 수많은 형태를 비추는 영화다. 우정 그 이상처럼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진심에서 비롯되는 베니그노와 마르코의 관계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사랑'이 있다. 과연 베니그노와 알리샤의 관계를 사랑이라 칭할 수 있을까? 알리샤는 베니그노를 사랑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분명 어떤 면에서 베니그노는 헌신적으로 알리샤를 간호했을 것이다. 또한 베니그노는 죽는 순간까지 알리샤를 사랑했을 것이다. 물론 베니그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옹호되어서도 안 된다. 심히 뒤틀리고 잘못된 형태로 애정을 쏟은 베니그노의 이 애정을 우리는 사랑이라 봐야 하는 것일까.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결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판단은 관객에게 있다.
강렬하고 튀는 색감이 이 영화에선 많이 자제된 편이다. 또한 이야기는 절망적이지만 영화의 템포는 느리지 않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많은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템포 자체도 매우 느리고 둔중하다. 침착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소재의 자극성에 도취되지 않고 영화는 진정성과 균형성을 지켜나간다. 진정성과 균형성.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기능적으로 사용되기에 의아했던 중간 자막들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중간 자막의 임팩트를 위해 쌓아둔 것이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감탄과 충격까지.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