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폴 토마스 앤더슨은 길이 남을 '희한한 사랑영화'를 들고 나왔다. 무한히 넓은 것만 같은 시네마 스코프 화면에 사랑의 귀여운 광기를 가득 담은 그 영화는 PTA의 필모그래피의 전환점이자 어쩌면 그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지향점처럼도 평가되는 작품이다.
20년이 흐른 지금 PTA는 그 <펀치 드렁크 러브>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게다가 <부기 나이트>의 젊은 에너지를 분명히 떠올리게 하는 청춘 로맨스 <리코리쉬 피자>를 내놓았다. 졸업 앨범 촬영을 준비하다 갑자기 난데없이 터지는 폭죽. <펀치 드렁크 러브>의 오프닝 장면인 '난데없는 자동차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풋풋하고 어설픈 대화와 시끌벅적한 에너지. <부기 나이트>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듯 하다.
과거로 돌아간 PTA는 이 영화에서 전방위적으로 질주하는 청춘의 혼돈을 그려낸다. 시네마 스코프 속 수평으로 넓은 세상은 그래서 그들을 위한 무대처럼도 보인다. 개리는 세상에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알라나는 차별이 서릿한 세상에 버겁게 맞선다. 난데없이 살인죄 혐의로 구속되었다 풀려나기도 한다. 이들의 세상은 요지경, 예측할 수가 없다. 청춘들에게 사랑은 가장 버거운 순간일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휘둘리기도 하고, 염두하지 않았던 문제로 문제를 겪기도 한다. 서로의 특징과 반대되는 '자기 또래'/'중년 남성'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듯 에피소드가 나열된 이 영화는 분명 청춘의 성장물이다. PTA는 성년은 성공의 순간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과정들을 겪으며 성숙해져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말하는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간 PTA를 퇴행했다고, 얽매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의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심지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비교적 평이한 내러티브를 가진 <팬텀 스레드>에서조차도 PTA는 만만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점차 PTA는 극한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심지어 <팬텀 스레드>에서조차도 말이다. 굳이 나누자면 이 <리코리쉬 피자>는 그의 영화에서 접근이 '만만한' 영화에 위치할 것이다. 허나 동시에 PTA라는 감독의 가장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말하고 싶으며, 그렇기에 이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예술가의 세계를 한 영화로 요약한다면 이 <리코리쉬 피자>가 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