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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선셋 대로에 위치한 대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유명 여배우의 풀장에서 한 시나리오 작가가 총에 맞은 채 죽어서 발견된 것이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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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시들어가는 저편을 서늘하게 조롱하는 우화
이 영화의 플롯은 분명 <시민 케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이 사망한 사건을 앞서 조명한 이후 그의 흔적을 반추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선셋 대로>가 <시민 케인>과 다른 점은, <시민 케인>이 역순행적 구성을 통해 찰스 케인이라는 한 인물의 일생을 회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 <선셋 대로>는 주인공 길리스와 과거를 추억하는 왕년의 대배우 노마 데스먼드를 통해 할리우드의 환상과 그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마는 젊음 혹은 과거에 갇힌 인물이다.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절에 여전히 취해 있으며 자신의 영광을 기억해주는 몇몇의 찬사를 먹고 사는 인물이다. 자신의 아름다운 매력을 증명하고자 젊은 길리스에게 사랑을 베푼다. 그녀가 길리스에게 베푸는 일방적인 사랑의 경도는 짐짓 집착의 또 다른 형태임을 우리 모두는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촬영장, 그녀는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잠시 과거의 영광을 맛보지만 이는 감독의 명령 아래 곧 사그라드는 일말의 신기루일 뿐이다.
노마의 파멸을 두고 볼 수 없는 집사 맥스는 그녀의 환상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매일 수많은 편지를 받았던 과거를 추억하는 그녀를 위해 여전히 수많은 편지를 그녀 앞으로 보내며, '밀랍 인형'들을 대동해 그녀의 영광을 보존하고 보좌하는 데 매진한다. 끝없이 환상에 젖어 사는 잊혀진 스타들에 대한 빌리 와일더의 조소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 하다.
이와 반대로 주인공 길리스는 노마와 다르게 추억할 '영광'마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B급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전전하며 그마저도 최근 들어 벌이가 신통치 않았던 길리스는 할리우드를 떠날 생각마저 품곤 했던 인물이다. 허나 우연히 왕년의 스타였던 노마 데스먼드를 만난 이후 그의 일방적인 집착에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그는 쉽사리 그녀의 왕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또한 할리우드가 주는 영광의 잔상이 남기는, 그 스스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을 황홀한 부의 미혹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잊혀진 사람들이 이미 지나버린 영광을 놓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는 동시에, 할리우드의 영광을 은연 속에 동경하며 좇아가는 것들에 대한 비판 역시 드러내고 있다.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씬에선 느릿한 워킹으로, 감정의 격랑이 거대해지는 순간은 역동적인 줌인을 통해 심리를 표현하는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다. 내가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카메라에서 느껴지는 '생기' 때문이다. 현대의 영화처럼 5초에 한 번씩 숏을 잘라먹는 공산품적인 방식도 때론 좋지만 카메라를 의미 있게 사용하며 시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나는 더 마음에 든다.
괴기스러운 히스테리를 표현하는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연기일 것이다. 극중 그녀 스스로도 언급했듯 표정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던 무성영화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노마 혹은 글로리아의 그 표정을 보고 있자면 무성영화와 유성영화를 잇는 빌리 와일더의 야심이 절로 느껴진다.
뒷이야기지만 노마 데스먼드를 연기한 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은 실제로도 20~30년대 무성 영화계를 대표했던 배우였지만 유성영화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소위 말하는 '퇴물'이 되어버린 배우이다. 맥스 역을 연기한 에릭 본 스트로하임 역시 <탐욕>과 같은 영화를 연출한 걸출한 감독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갈등으로 인해 작업 도중 해고되기까지 했던, 항상 예술적 성취에 고픈 인물이었다. 극중 노마가 촬영장에 찾아가 만나는 세실 b. 데밀 감독은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배우를 무성 영화계의 스타로 만들었던 감독이다. 자신의 처지와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감정은 어떠했을 것이며, 극과 현실이 오버랩되는 순간에서 찾아오는 그 폭발적인 리얼리티함은 과연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기어이 영화의 엔딩에서 방점을 찍는다. 글로리아 스완슨은 이 영화 이후 <에어포트 75>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작품활동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영화를 감상한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녀를 위한 클로즈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과거의 환각에 사로잡혀있는 노마 데스먼드 혹은 그 모든 잊혀진 할리우드 스타들을 향한 조소의 표현이자, 더이상 스타로 존재하기 어려울 그 수많은 무성 영화 배우들을 대표하는 글로리아 스완슨을 위한 경의의 표시일 것이다. 마치, 무성영화의 문법을 대표할 그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결국 또 하나의 영화로 탄생한 사건. 영원히 카메라 앞에 서게 될 그녀의 비극이자 운명. 이리도 기이한 삶이 그녀에게 선사한 역설적인 위로. 그럼에도 엔딩의 흐릿한 마지막처럼 언젠간 모두에게 잊혀져야 한다는 슬픔. 감히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엔딩이라 단언할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