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 · 이안 · 홍콩,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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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포스터
120분 · 모험 · 드라마 · 액션 · 12세 이상 · 출연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장첸 · 음악 Tan Dun · 촬영 鮑德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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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 말엽, 당대 최고의 문파인 무당파의 수장이 자객 푸른 여우에게 목숨을 잃자, 무당파의 무인 리무바이는 강호를 떠날 결심으로 선대부터 전해내려오는 보검 청명검을 오랜 연인이자 동료인 수련에게 맡긴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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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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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터전에서 내일의 이야기를 하는 한 편의 서정시

한 영화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이 <와호장룡>과 같은 경우 때문에 그렇다. 나는 5년 전에 이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런 감상이 아니었다. 영상은 그때도 마음에 들었지만, 알맹이가 없는 듯 느껴졌고, 이야기의 서술은 실패한 공란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5년의 시간이 쌓인 뒤 재감상한 본작에 대해선 그 평을 모조리 폐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거의 나의 감상이 대단히 부끄러울 만큼, 한 편의 영화를 두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와호장룡>은 산문이 아니라 운문의 영화다.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와호장룡>의 시퀀스는 영화 전체 하나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와호장룡>은 흐르는 영화이며, 나열되는 영화들과 대척점에 놓인다. 물론 둘 중 무엇이 우월하며 무엇이 열등하다고 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자의 영화에서 <와호장룡>은 아주 대표적인 예시로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와호장룡>의 액션은 클립을 위한 액션, 특이한 격투 장면으로 기억에 남기 위해 펼치는 안무가 아니라, 액션마저도 서사와 정서를 담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듯 이 한 전체에 충실히 복무한다. 이 지점에선, 비슷하게 허세 넘치는 무중력 액션을 선보였던 동시대 <매트릭스>의 액션 장면들보다 그 목적에 있어선 뛰어나다.

영화가 하나의 전체로 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데 크게 공헌한 것에는 아마도 선과 악을 분명하게 갈라놓지 않은 본작의 캐릭터라이징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본작의 네 주인공은 모두 희미하다.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악한 면모를 보인다거나, 선의 영역에 가 있다 하더라도 말하자면 '극단적인 선'의 자리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명백한 악이라고 유일하게 느껴지는 푸른 여우 또한, 무적의 인물이 아니며 동정심을 느끼게 할 만큼의 약한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역과 극단적인 악역을 내세우면 영화가 간편해진다. 동시에, 영화는 눈에 띄게 분해된다. 극단적인 선과 극단적인 악을 일시정지 없이 계속해서 달려가는 영화라는 포맷에서 자연스럽게 제시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미션일 것이다. <와호장룡>은 극단적인 편에 있지 않은 인물들을 제시함으로서, 무협이라는 다소간 판타지적인 터전 안에서도 삼라만상 세상의 다층적인 모습을 유려하게 서술하는 작품이다.

<와호장룡>은 하나의 덩어리로 흐른다. 그 때문에 내가 5년 전에 봤던 감상은 그 젅제부터 잘못된 것일수도 있었다. <와호장룡>에서 인물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까닭은, 그 순간의 직전 장면에 놓여진 어떤 대사나 행동으로 관객에게 제시되지 않을 때도 많다. <와호장룡> 속 행동들의 논리는 대부분 이전의 어떤 순간으로 인해, 혹은 지금의 상황과 무관해 보였던 누군가의 이어진 행동들로 제시된다. 때문에 관객은 전달받지 않고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길이었을 것이다. 다소간 불편을 겪을 관객이지만, 그 불편한 생략은 되려 그들을 정말 저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끼게 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래서 <와호장룡>은 감정의 양이 엄청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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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설득시키는 힘

이 영화에 등장하는 텍스트들로 이야기를 설명하기엔, 영화가 다소 불완전하게 끊기는 감이 없지 않다.

인물들의 동기라거나 사건의 인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러 번 느꼈었다.

물론, 이 영화의 미덕은 백 마디 텍스트보다 강렬한 이미지들을 향유하는 것에 있다곤 생각된다.

연출에서 조금만 삐끗해도 유치한 액션들로 비춰질 수 있을텐데 이를 끝까지 팽팽한 연출로 우아하게 보여주는 이안 감독의 역량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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