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사나이>는 서부극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고도 싶다. 폭력의 역사. 정의로운 무법이 통용되는 서부의 공간에서 스스로 떠난, <역마차>을 위시로 한 수많은 서부극의 주인공과 유사하게 <말 없는 사나이>의 주인공 숀은 도망치듯 아일랜드로 건너왔다. 총 대신 글러브로 치환된 인물. 주인공의 과거가 권투 선수였다는 것은 명백한 현대-서부극의 골조다.
영화 역사상 가장 이상한 키스신이 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 바람 소리, 난데없는 키스까지. 이상하기를 넘어 괴상하기까지 한 이 일련의 시퀀스는 분명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 이 시퀀스는 놀랍고, 당황스럽고, 기묘하지만 아름답다. 비논리적인 숏들의 연쇄를 통해 천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대단히 실험적이면서 과감하다.
존 포드는 숏의 신이다. 메리의 눈물이 창문의 빗물과 겹치는 숏, 너무나도 아름다운 초록의 절경. 포드가 내뿜는 서정적인 숏을 마주할 때면, 매 프레임을 기계적으로 분석하곤 하게 되는 나의 태도가 철저하게 무력화된다.
메리는 보수적인 아이리시 사회에 강제로 묶여 있다. 내 것이 없이 하녀와 같은 삶을 살아왔기에 혼인한 이후에도 '자기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무일푼으로 몸만 가는 결혼을 하진 않겠다"라며 중매쟁이에게 말하는 메리의 모습이 그렇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메리의 성장영화다. 결혼이라는 사건 이후 자신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소유마저 사라지게 될 것을 염려하던 그녀가, 오빠에게 지참금을 돌려받고 난 뒤엔 지금껏 그 돈에 집착했던 전적이 무색하리만큼 난로에 과감히 던져버린다. 숀이 윌에게 공식적으로 한 요청으로 인해 메리는 자신의 지위와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더욱이 메리는 물질에 얽매이는 과거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숀이 아니라 메리다.
존 포드가 만든 이니스프리는 평범하지 않다. 으레 있는 일인 듯 기차는 연착하며, 인물들은 과할 정도로 순수하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으며 실없는 수다를 늘어놓고, 춤과 노래를 좋아할 뿐인 주민들이다. 당연하게도 이곳에 악인은 없다. 메리의 오빠인 윌은 숀과 대립하지만 영화는 그마저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최후의 결전에서도 폭력의 핏기와 복수의 비장함은 거세되어 있다. 이토록 유쾌한 '최후의 결전'이 있었던가. 경찰들마저 두 명의 승부에 돈을 걸고, 죽어가던 노인이 생기를 찾는다. 대립의 비장함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유쾌한 음악과 슬랩스틱의 능청이 내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