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The Housemaid

1960 · 김기영 · 한국
하녀 포스터
111분 · 범죄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출연 이은심, 김진규, 주증녀, 엄앵란 · 음악 한상기 · 촬영 김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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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공장의 음악부 선생 동식은 금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기사에 흥미를 보인다. 어느 날 여공 곽선영에게서 연애편지를 받은 그는 이 사실을 공장 기숙사 사감에게 알리고, 선영은 일을 그만두게 된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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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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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축조한 공간 안에 도망칠 수 없는 욕망이 갇혀 있다.

놀랍도록 모던하다. 당시의 어휘나 당시의 어투를 제외하고선 이 영화의 여러 형태는 6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 믿기 어려운 정도다. 불륜의 소재에 에로스의 정서를 더해 서스펜스를 만드는 감독의 능력은 무시무시하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높은 수위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론 오히려 (마치 동시대의 <싸이코>처럼) 우회된 표현을 낳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창의적 미학'이란 성취를 거두는 데 기여했다 느껴지는 것이다. <싸이코>와 그 다소 아쉬운 엔딩마저 동일한 것이 재미있다. 명백한 약점이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이 작품의 평가를 떨어트릴 만큼의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상이라는 것은 분명히 경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적으로도 여전히 흥미롭다. 주인공 가족은 중산층을 꿈꾼다. 그 중산층이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무리한 이사를 결정했다. 그 무리한 이사 탓에 아내는 여전히 재봉틀을 잡아야 하며, 남편은 피아노 과외를 추가로 모집하기까지 한다. 물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롭고 싶지만, 세상도,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그들을 편히 쉬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끝없이 일해야 한다'며 그들의 DNA에 각인된 듯한 정서는 그들의 자녀에게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리를 다친 애순에게 다람쥐를 선물하자, 그녀는 열심히 쳇바퀴를 구르는 다람쥐를 보고 자신도 이렇게 (하루빨리) 연습하라는 거냐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압박감을 받고선 좌절한다. 물리적 중산층과 정신적 중산층의 간극.

2층의 저택임에도 영화는 폐쇄공포증을 절로 불러일으킬 만큼 압박감 가득한 숏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넓이를 짐작하기 어렵게끔 영화는 각 공간에 한정된 구도의 숏들만을 배치한다. 1층의 방들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던가? 체감적으론 모든 방이 2층의 하녀가 거한 다락방의 넓이 정도로 느껴지는 것이다. 주인공 가족은 (진) 중산층이지만, 넓은 공간에서 기인하는 부유함은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등장하는 관음의 정서가 깃든 숏들은 영화를 관찰하는 관객을 절로 긴장하게 만든다. 어떤 장면도 마음 편하게 '감상'하지 못한 채, 들킬지도 모른다는 정서를 강제로 부여받은 채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간의 중심이자 축이 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니며 '계단'이라는 것이다. 이 집의 계단은 각자에게 다른 모티프가 된다. 하녀에게는 '신분의 상승'을 형상화한 관념으로 비치지만, 막내아들 창순에게는 죽음의 공간이 되기도 하며, 김 선생에게는 단지 계단이 아니라 위태롭고도 가파른 오르막처럼 느껴진다. 집이라는 대부분이 평지인 공간에서 가장 극적이고도 위태로운 공간이 계단이라고 본다면, 김 선생에게 계단은 내 평탄한 인생을 망치러 온 '하녀'라는 인물과 동격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피아노가 위치한 곳이 위층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소리의 출처를 확인하려면 위태로운 그 계단을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아내 정심은 대부분 1층에 거했기에) 그가 계단을 오르는 모티프는 말하자면 아내와 멀어지고 하녀와 가까워지는 행적을 상징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녀>는 남성성에 관한 탐구이자 조롱이며, 사랑이 어디까지 뒤틀릴 수 있는가에 대한 참혹한 이야기다. 남편 김 선생은 번듯한 가정을 이뤘음에도 젊은 여성에게 흔들리는 중년의 남성이며, 매번 여성과의 문제를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얼버무린 탓에 종국에 이르러선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무능력의 존재로 전락한 남성이다. 물론 하녀 등장 이전, 공장에서 그를 본 두 여성 선영과 경희가 그에게 호감을 가졌을 만큼 김 선생 자체는 매력적인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받은 편지를 담당자에게 일러바쳐 (사실상) 선영을 죽게 만들며, 집까지 찾아온 선영의 친구 경희 앞에서도 역시 그녀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뜸한 방식으로 그녀를 밀쳐낸다. 두 경우 모두, 김 선생은 원칙을 강조한다.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그렇지만 한편 본인의 마음에 드는 '하녀'가 등장하자 그는 그녀의 유혹을 떨쳐내지 않고 되려 적극적으로 밀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토록 위선적인 선택적 원칙이라니.

김 선생의 양 편에 위치한 두 여성은 김 선생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기를 보여준다. 아내 정심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녀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싸운다. (음식에 독을 넣으려다 실패하는 장면 등) 정심의 광기가 하녀의 그것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인상은 들지만 영화에서 미스터리가 폭발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정심의 광기는 하녀의 최고점을 초월한다. 남편의 자식을 임신한 하녀를 그럼에도 받아 주겠다며 '여성의 연대'를 언급하는 등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가도 (관객에겐 들리지 않은 채) 한 가지 만을 그녀에게 요구하는 정심이 대체 무엇을 요구한 것인가 하며 김 선생과 관객이 함께 궁금해하던 찰나 계단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이 인물이 낙태를 요구한 것임을 즉각적으로 확신하게 될 때, 우리는 선인인 줄 알았던 자가 악인으로 드러나게 될 때의 '배신의 공포'를 최고로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과 동명인 하녀가 있다. "난 자식과 남편을 구하고 싶었어요."라는 정심의 말에, "난 그럴 희망도 없는 상태야."라며 맞받아치는 하녀의 태도엔 묘한 떳떳함이 읽힌다. 그래서 정심의 아이를 죽이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이래야 공평하다는 듯 떳떳함으로 일관하는 하녀의 태도는, 하녀를 죽이기 위해 음식에 쥐약을 타려 하지만 이를 예측했던 하녀에 의해 들통이 나고 좌절하는 정심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하녀>의 한 편은 번민하는 악이며 한 편은 떳떳한 악이다.

이에 더해 하녀라는 인물은 해당 인물을 연기한 배우를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다. 이은심이 연기한 하녀는 이 시점에서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다. 얼핏 보면 일방통행으로만 강력하게 질주하는 단순한 팜므파탈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겠지만, '하녀'는 '상수'와도 같이 안정을 이루고 있었던 한 가정에 들어가 모든 순간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변수'가 되어 공간을 뒤엎어버리는 핵과 같은 존재로 기능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관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공로에 앞설 만큼 이은심 배우의 공로가 매우 컸을 테다. 이를테면 뱀이 무언가를 감싸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 '김 선생과의 두 번째 밤' 장면이나, 경희와 김 선생 몰래 숨어 그들을 관찰할 때 혀를 익살스럽게 낼름거리며 숨는 모습 등, 지금 시점에서 보더라도 트렌디해 보이는 개성 넘치는 미인의 그녀는 이 역할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며 내내 외치고 있는 듯했다.

빌런이 스스로의 본색을 드러낸 이후에도 그들은 한 공간에 동거할 수밖에 없다. 치를 떨 정도로 죽이고 싶은 존재이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집의 주인들은 추문으로 인한 가장의 실직을 우려해, 하녀는 자신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까닭에서다. <하녀> 안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며 동력을 주는 정서는 '어쩔 수가 없다'라는 무력감이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현상만 질질 유지하는. 그 힘없는 무력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이한 광기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한 방에 가둔 영화」 지도›
소재
맹목적인 반함을 다룬 영화2편›
쥐가 나오는 영화3편›
불청객이 나타나는 영화4편›
음악 선생이 나오는 영화10편›
중산층을 다룬 영화10편›
유혹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17편›
협박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20편›
가정부가 나오는 영화22편›
금지된 사랑이 궁금해24편›
망가진 가족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26편›
계급을 다룬 영화가 좋았어29편›
아기가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35편›
가족 관계의 역학을 다룬 영화37편›
독이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40편›
피아노·피아니스트가 나오는 영화41편›
신문·신문사가 나오는 영화45편›
교사가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46편›
무너지는 결혼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46편›
음악가가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49편›
불륜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56편›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66편›
배신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70편›
흑백 영화를 더 보고 싶어114편›
복수극이 좋았어137편›
부모와 자식 이야기가 좋았어152편›
가족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161편›
예술가가 나오는 영화가 궁금해179편›
범죄물을 더 보고 싶어26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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