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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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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의 재기, <인셉션>의 작전, <인터스텔라>의 야심, <덩케르크>의 날개
<오펜하이머>의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상당한 궁금즘이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초 전기 영화이기 때문이다. 놀란은 이제까지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한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인간의 요소를 탐구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둔 <덩케르크>는 그의 최고작이었고, 반대로 <인터스텔라>는 외적으로 화려한 연출과 야심에도 못내 감정의 질척거림을 남겼다.
놀란은 조금 다른 방법론을 제시한 듯 보인다. <오펜하이머>는 오펜하이머 주변인들의 액션과, (오펜하이머의 행동에 대한 주변인들의) 리액션을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을 건설해 나간다. 말하자면 <오펜하이머> 속 오펜하이머는 간접적인 서술을 통한 전기 영화인 셈이다. 특히 전후의 시기를 담은 흑백의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액션에 대한 완전한 리액션의 영역이다. '흑백 파트'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스트로스 제독은 오펜하이머의 행적을 오롯이 온몸으로 '리액션하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3시간의 러닝타임을 1시간씩 3부로 나눈다면 3부에 해당할 청문회 장면들은 정말 말 그대로 타인의 입을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주인공을 이리저리 정의하고 휘두르는 방법론이라 볼 수 있다. 전반부의 오펜하이머는 모두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였지만, 후반부의 오펜하이머는 철저히 무쓸모의 자원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후반에 들어서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는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그 모든 타인들의 행적들이 모두 주인공 오펜하이머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런 것들을 통해 결국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간의 수많은 면모를 관조할 수 있게 되기에, <오펜하이머>는 신기한 전기 영화다.
참으로 다양한 입을 통해,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할 이야기가 많기에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오히려 적다고 느낄 정도이기도 했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생각하자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더 있었자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 전투적인 내러티브와 플롯이 다다른 끝에 방점을 찍는,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감췄던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대화'의 마지막 오펜하이머를 클로즈업하는 엔딩은 정말 일품이다. 정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건설해 나가고 그 장구한 여정의 끝에서 오펜하이머라는 핵폭탄을 터트리는 것만 같은 영화의 엔딩.
<오펜하이머>는 끊임없이 좁히는 영화다. 오펜하이머를 계속해서 옥죄고, 관객에게 폐쇄의 감정을 주입한다. <오펜하이머>는 놀란의 여느 영화,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나 <테넷>과 같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공간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놀란의 영화에서 <메멘토>와 함께 가장 답답한 영화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을 간헐적으로 해소시켜주는, 마치 인터미션같이 탁 트이는 로스 앨러모스의 전경은 호흡적인 부분에 있어 탁월하다. 용산의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마주한 것은 행운이었다. 로스 앨러모스의 전경을 마주할 때의 벅참은 1.43 : 1의 위아래로 거대한 스크린이 아니었다면 온전히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펜하이머>를 아이맥스로 봐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들이 종종 보이는데 상술한 이유에서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트리니티 실험 장면만으로도 아이맥스로의 기대는 충족된다.
또한 <오펜하이머>는 지금까지의 놀란의 영화 중 배우들의 연기적인 앙상블이 가장 뛰어난 작품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온몸을 바친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맥베스 부인의 카리스마를 보는 것만 같은 에밀리 블런트, 듬직함 연기 1타 강사 맷 데이먼, 천재성으로 똘똘 무장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매번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라미 말렉, 배우로서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 베니 샤프디, 분노를 일으키는 법을 아는 배우 제이슨 클락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증명한 것은 배우들의 공도 컸다.
결론적으로 <오펜하이머>는 놀란의 이제까지의 필모그래피를 종합한 결과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선 컬러와 흑백의 교차로 보여지듯이!) 편집을 통한 인물의 심리를 관찰하고자 하는 재치는 <메멘토>의 그것을 보는 듯 하고, 인재를 모으고 그들을 통제하고 프로젝트를 전진해 나가는 이야기는 <인셉션> 같으며, 무궁무진한 대우주에서 한 인간의 내면이라는 소우주까지 오가는 극단의 범위는 <인터스텔라> 같고, 사운드의 사용으로 영화의 장력을 계속해서 가지고 가는 것은 <덩케르크>를 떠올리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놀란 필모그래피에 분기점으로 남을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