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우울을 짊어진 듯한 고독한 단독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다수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그런 고독의 영화들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조니 그린우드의 미니멀한 전자음악은 <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하고, 감정의 동요 없이 잔혹하고도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의 모습은 <콜래트럴>을 연상케 한다. 킬러인 직업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결된 것처럼 한켠에 잔존하는 주인공 '조'의 순수한 모습은 <레옹>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허나 무엇보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택시 드라이버>의 유산을 계승한다. 영화는 그 유명한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킹 숏을 초반부터 오마주하며
자신의 방향성을 예고한다. 조가 차를 몰며 뉴욕의 밤거리를 거닐 때, 안개가 자욱하고 붉은색과 녹색이 물감처럼 흩뿌려져 있는 이미지는 명백히 <택시 드라이버>를 계승하는 순간들이다. 고통을 겪는
어린 여자 아이를 구하는 설정 역시 트래비스와 아이리스를 떠올리게 된다.
조는 트래비스처럼 고독하며 아픔이 있고 생의 미련을 두지 않는 주인공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인서트되는 과거의 세 시점은 모두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기억들로 이들은 모두 조를 지배하는 트라우마가 되어 있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자신의 입과 발 앞에 칼을 가져다 보기도 하며, 스스로의 얼굴을 비닐로 꽁꽁 싸매 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조의 청부 살인 장면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바깥으로 표출하는 행동처럼도 보인다. 그의 직업이기 이전에.
조와 그의 어머니가 언급한 <싸이코>의 그 유명한 장면처럼, 파편들만 보여주는 '사창가의 CCTV 시퀀스'는 폭력의 카타르시스가 제거되어 있다. 교차편집은 폭발적이고 치밀하지만 선혈의 쾌감은 없다. 조는 아이리스를 구원하려 고군분투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21세기의 트래비스는 아이리스를 구원하지 못한다.
허나 기어이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택시 드라이버>와 다른 길을 간다. 삶의 미래와 방향이 보이지 않기에 조는 무너지고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럼에도 '그의 곁에 있는' '아이리스' 니나는 조에게 말한다. '아름다운 날'이라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