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는 연출은, 절묘한 아이러니를 선사하는 교차편집이었다.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이렇게 교차편집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경우가 있었던가? 마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연상케 하는 수준의 놀라움이었다. 비슷한 대사이지만 정반대의 처지, 같은 행동이지만 사뭇 다른 뉘앙스를 통해 만드는 정서는 꽤나 놀라웠다.
헬렌이라는 인물을 두고 오스카 쉰들러와 아몬 괴트라는 두 인물이 대비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두 인물은 여색을 밝히는 인물이자 부에 대한 욕망이 가득하며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인물들이다. 두 인물의 명확한 차이는 헬렌이라는 인물을 대할 때 두드러진다. 쉰들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옳은 행동을 하였으나 괴트는 잠시 고민을 할 뿐 자신의 행동들을 반성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너무나도 간편한 악의 캐릭터성이다. 주제를 내세우기 위해서 아몬 괴트의 캐릭터를 평면적인 절대악으로 상정하고 그의 악행을 자극적인 촬영으로 부각시킨다. 유태인들의 전라를 야외에서 전시하는 방식 역시 충격 요법을 기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의도가 노골적이다. 실화라 할지라도 영화라는 매체로 들어온 이상 영화만의 내적 논리를 따라야 한다. 한 사건을 다루더라도 사건의 자극성을 부각시켜 충격을 강요하는 방식은 나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몇 번의 클로즈업을 통해 유태인들이 받는 고통을 생생히 담아내는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에 앞서 비극을 마주하는 스크린 앞의 관객이 철저하게 무기력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는 태도가 더욱 훌륭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이를 표현하는 연민 어린 시선에서, 과거를 다루는 영화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감독의 선택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