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많은 영화들은 프레임을 낭비한다 싶을 정도로 숏들이 비어있다. 그저 배우들의 예쁜 얼굴을 한가득 담기 위해 기능할 뿐이며 로케이션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며 프레임 속의 명암은 옅어져 평면적인 화면만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존 포드의 숏들은 모든 숏이 완성된 작품으로 느껴질만큼 숏이 꽉 차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내내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매 숏이 완벽한 작품처럼 보이는 경지. 마치 모자이크처럼 빛과 어둠을 교차시키는 이미지들. 이 순서에 등장하는 이 숏보다 더 나은 숏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끔 한다. 마법같은 숏들의 연쇄.
존 포드의 숏은 동시대의 오손 웰스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숏들만큼 치밀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감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느낌대로 흘러간다. 다만 존 포드는 여느 감독들처럼 '이 숏이 중요하다'며 호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쇄적으로 흘러가는 존 포드의 숏들 사이에서 우리는 공통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그곳의 대지, 약동하는 생명력, 구름을 찌르듯 높이 솟아 있는 모뉴먼트 밸리의 박력.
모뉴먼트 밸리를 걸어두고 찍은 숏들은, '회화적'이라는 관습적인 표현으론 미처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이감을 보여준다. 존 포드가 "나의 영화 속 주인공은 대지다." 라며 말했던 것이 유명하듯 존 포드의 영화에선 광활한 대지가 그저 인물들의 배경으로 복무하는 것이 아닌 영화의 명백한 주인공이며 영화 속 이야기는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느 인물들의 에피소드일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추격전 씬의 윤리적 문제에 있어선 사실 아슬아슬하긴 하다. 인디언을 절대악으로 묘사했는가, 그로 인해 선악의 극명한 대립에서 주는 간편한 쾌감만을 추구했는가. 혹은 그저 인디언을 하나의 재난으로 묘사했을 뿐인가. 나는 후자에 조금 무게가 간다. 지금 시점에선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 지점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이를 차치하고서 수직의 구도로부터 시작해 수평의 구도가 이어지는 해당 시퀀스의 전개와 강렬한 스턴트 액션 등은 충분히 인상깊다.
두 번째 역에서 그림자의 사용으로 프레임 바깥의 이미지를 암시해 입체감을 만드는 방식이라거나, 신문기자에게 기사를 미리 써놓으라 이르는 씬같이, 별 거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도 언급할 만하다. 최후반부 결투 장면에서 직접적인 액션의 묘사보다 리액션을 담아 궁금증을 조성하는 방식은 여전히 세련됐다. 매춘부와 탈옥수가 결국 제도권을 벗어나는 결말은, 후대에 수많은 클리셰를 제공한 만신전에 오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비전형적이고 전복적이다.
너바나의 <Nevermind>가 여전히 락 음악의 미래처럼 들리듯, 존 포드의 <역마차>는 여전히 현대 영화가 지향해야 할 미래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