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후 낯선 남자에게 시끄럽다며 폭행당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넉넉한 형편이지 못한 그는 스스로의 거처가 없어 아는 교수의 집이나 전 애인의 집 등에서 빌붙어 연명하는 포크 뮤지선이다. 스스로의 분야에서 성공했다 보기 어려운 그는 지인에게선 구박만 얻어먹는 신세이며,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각인될 존재감마저 희미한 인물이다.
전 애인 '진'은 그를 'Asshole'이라 부르고, 우연한 동승자 롤랜드 터너는 그를 '루·N· 데이비스' 혹은 '엘윈'이라 부르며, 누군가는 그의 단짝 고양이를 두고 르윈이라 부른다. 르윈 데이비스는 르윈 데이비스로 불리지 못한다.
그에게도 아픔은 있다. 결별한 상태인 전 여자친구 진에겐 아직 정이 남아있는 듯하다. 르윈은 본래 듀엣이었지만 파트너를 자살로 잃었다. 그라고 자신의 현재 처지를 인지하지 못하겠는가. 코엔의 영화 중에서도 유달리 어둡고 뿌연 화면, 먹먹하고 막막한 질감의 이미지는 무엇보다 르윈의 처지를 추상화하려는 까닭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르윈은 무너지고 쓰러져 목놓아 울지 않는다. 이 영화는 르윈 데이비스의 고난의 이유를 찾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일 테다.
르윈은 비상할 수 있을까. 영화는 수 차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다. 아니, 본작의 중반부 이후부터는 관객 스스로도 그러한 기대를 접게 되는 것 같다. 거듭되는 그의 수단에 관객에게도 송곳처럼 상처가 박히고, 구불구불한 밑바닥 그의 삶에 애수와 탄식이 패여 있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이 영화에 눈을 뗄 수 없다. 희망 없이 처연하기 그지없는 삶이 관객을 적신다. 코엔은 나쁘다. 눈물 적시는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을 홀린다. 음악은 아름답고 이미지는 위대하고 감성은 절묘하다. 흑백의 대비, 안개, 역광 등으로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손꼽힐 만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함께, 코엔 형제의 21세기 최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