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맥베스의 비극> 이전까지, 코엔의 유일한 흑백 영화다. 아카데미 촬영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끔 느껴지는 흑백의 드라마틱한 대비와 카메라워킹은, 20년 뒤 똑같이 흑백으로 만든 그 걸작이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해 주는 것 같다.
흑백의 특징이기도 한, 가라앉음과 점잖음은 이 영화에서 강력히 느껴진다. 촬영에선 4~50년대 필름 느와르를 마주하는 것 같은 기쁨이 있다. 짙고 낮게 깔리는 에드의 내레이션은 그의 인생을 연주하는 장송곡 같다.
에드 크레인은 관성적으로 사는 인간이다. 이발소의 직원으로 일하지만 '되고 싶지도 않은' 직업이었다. 그는 말하건대 무쓸모한 인물이고, 무감각한 인물이다. 아내의 외도를 보고도 본 체 만 체 하는 에드이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그의 아내 도리스는 외도를 하는 데 있어 남편 따윈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다.
그런 에드가 스스로의 판단이 개입돼 행한 일은 엉망이 된다. 우연히 찾아왔던 손님 크레이튼이 말한 '드라이클리닝' 사업에 관심을 둔 결과는 그에게 사기 당해 돈을 잃게만 되며, 지인의 딸인 레이첼을 뛰어난 재능이라 판단해 그녀를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는 헛고생에 그친다. 재미있게도, 그가 개입하지 않는, 극중 대사를 빌리자면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며 에디의 변호사 프레디가 모든 일을 해결하는 재판 과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작은 욕심은 결국 꼬이고 꼬여 그와 아내의 죽음을 불러온다. 세상에 걸어다니는 수많은 인간들은 에드와 같이 무감각한 일상을 영위하며 행운을 쥐려 뒤척이지만 삶은 그 속에서 망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