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은 남성의 장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서부극은 그 설정만으로 특별한 지점이 될 정도다. 서부극의 남성 주인공은 여성을 구원하고 서부극은 이상적인 가정을 지지한다. 이것이 장르의 병폐인진 각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서부극의 역사가 그래 왔다. 서부극은 여성의 장르가 아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남성 대신 여성(들)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고, 구태한 가족의 해체를 응원하는, 아칸소에서 애리조나까지 내달리는 서부의 영화다. 말 대신 오픈카가 주인공들의 이동수단이고, 그곳에 앉아 있는 여성들. <델마와 루이스>는 현대로 무대를 바꾼 뒤 본래의 주인공들을 몰아내는 전복적 서부극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리들리 스콧의 유명한 '규모 있는' 영화들과 달리 러프하고 비정형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다. 서로의 연인에게 고통받는 델마와 루이스는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그 형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스의 의도치 않은 살인으로 인해 도주로 바뀌게 된다.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불꽃이 된 작금의 위치이지만 이 영화는 그녀들을 마냥 무고한 피해자나 선인으로 그리진 않는다. 피해를 겪었던 루이스는 그럼에도 살인을 저지른 인물이라는 것을 영화는 분명히 강조하고, 순진하기 그지없던 델마는 과감한 강도를 벌이기도 한다. 리들리 스콧은 사회와 시대는 비판하지만 주인공들의 과거와 행적은 온전히 옹호하지 않는다.
이들의 여정은 마지막이 이미 예상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그녀들이 오픈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순간의 자유로움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해방감과 처연함은 양면이 다른 동전의 모습처럼 함께 붙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은 인상적이다. 갈 곳 없는 그녀들. 아마 이 황야가 아닌 문명으로 돌아간다면 이전처럼 짓밟힌 채 간신히 생에 매달려 있을 테다. 그래서 그녀들은 끝까지 앞으로 내달린다. 아마도 개인과 사회에 짓눌려 오늘도 고통받고 있는 어떤 이들에게 바칠 수 있는 영화로서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