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 데이빗 보위의 음악과 데이빗 린치의 영화가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데이빗 린치는 현존하는 감독 중 '공포'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이다. 드물게도 '보여주지 않는 공포'와 '보여주는 공포' 모두를 능숙하게 연출하는 감독인데, 전자의 경우 '외부의 시선'과 '클로즈업'이라는, 말하자면 서로 다른 '시선'의 교차를 통해 그 두 시선의 주인공이 되는 프레드를 가둔다. 후자의 경우 '미스터리 맨'을 통해서 관객을 얼어붙게 만드는데, 파티에서 그를 처음 마주한 프레드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당황과 불안의 감정을 그 순간 관객 모두도 느낄 수 있다. 근래 봤던 영화들 중 어떤 순간보다도 무시무시한 순간이었다.
데이빗 린치는 몽환적인 편집과 분위기로 먼저 유명한 감독이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 언어에 능통한 감독이기도 하다. 딕 로렌트가 차를 몰고 가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차를 그대로 밀어버리는 씬은 우리가 흔히 아는 '린치스러움'에서 벗어난, 마치 타란티노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게 하여 서스펜스를 만들 때의 린치의 모습은 코엔 형제의 그것을 보는 것 같다.
린치는 "해석은 자유"라는 스탠스를 가진다. 다만 말하자면 "해석을 하든 말든 자유"라는 뉘앙스보다, "해석을 어떤 방향으로 하든 자유"라는 쪽에 가깝다. 린치는 자신의 영화에서 모든 부분에서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1부가 현실이고 2부가 꿈일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SF 장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인 2역의 패트리샤 아퀘트, 두 그녀를 다른 인물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1부와 2부가 연관된 이야기라고 마냥 장담할 수도 없다. 린치는 관객에게 능동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감독이다. 린치의 영화를 볼 때 관객은 수동적으로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일관할 수 없다.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세상에 나오기 전, 린치는 우리에게 자신의 차기작과 '21세기 영화'를 이 영화를 통해 예고했다. 그렇기에 <로스트 하이웨이>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비해 덜 다듬어지고 보다 거친 면이 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개성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