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0 · 라스 폰 트리에 · 덴마크, 핀란드
🏆 칸 황금종려상🏆 칸 여우주연상
어둠 속의 댄서 포스터
140분 · 드라마 · 범죄 · 12세 이상 · 출연 비요크, 카트린 드뇌브, 데이비드 모스, 피터 스토메어 · 음악 비요크 · 촬영 Robby Mü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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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이민 온 가난한 노동자 셀마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뮤지컬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 간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같은 병을 앓는 아들 진이 장님이 되기 전에 눈을 수술해 주는 것.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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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인간의 위선을 끄집어내기 위한 트리에의 괴팍한 학대

비요크는 <어둠 속의 댄서>의 첫 촬영에서 총격 장면을 찍은 뒤 세트를 떠나 사흘 가량 사라졌다고 한다. 라스 폰 트리에의 회고에 따르면 그녀는 매일 촬영을 앞두고 자신을 경멸한다고 말했고, 촬영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연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둘러싼, 영화 밖에서와 영화 안에서의 두 소문은 공교롭게도 같은 키워드 아래 놓이는 듯 하다. 학대.

<어둠 속의 댄서>를 두고는 선명한 두 의견이 대립한다. 이것이 감독의 음침한 캐릭터 학대인지, 아니면 가장 개성적인 방식의 스토리텔링인지. 필자는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지만 그 무게추는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는 인정하고 넘어가야겠다. 적어도 학대라는 혐의 자체에 관해서라면, 그것은 사실이다.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어둠 속의 댄서>의 이야기는 라스 폰 트리에가 관객에게 거는 하나의 심리전과도 같다. 관객은 이 감독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기에, 아니 설령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의 극초반만을 보고서라면 이 이야기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리라는 것쯤은 직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정도의 문제다. 셀마가 비극 앞에 놓일 때마다 관객은 제발 그러지 않기를, 지금 이 무서운 예감이 부디 틀리기를 매 순간 기도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기도하게 만들고, 트리에는 언제나 그 기도를 짓밟는 것을 이 영화의 목표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셀마가 실수하리라 예상한다. 그리고 셀마는 여지없이 실수한다. 우리는 극중 누군가라도 나와 저 셀마를 구원해주기를 바란다. 가까운 지인 빌은 착한 사람이길 바랐다. 그가 경찰인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 나쁜 마음이 없길 바랐다. 린다는 셀마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는 셀마의 병증이 더디게 진행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도의 목록이 늘어날수록 짓밟히는 목록도 그에 맞게 늘어날 뿐이다. 이것이 학대가 아니라면 무엇이 학대인가. 그런데 이 집요한 가학에는 겨누는 곳이 있다. 트리에는 셀마를 학대함으로써 무언가를 심판대에 세운다. 그 첫 번째 피고는 어렵지 않게 보인다. 미국이다.

영화는 주인공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로 설정하고, 그녀에게 닥치는 비극의 이면에 산재한 현대 미국의 부조리에 그 비판의 과녁을 겨눈다. 우리는 미국이 이성적인 나라라고 믿었다.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는 눈이 있다고 믿었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법정은 사건과 무관한 요소까지 끌어들인다. 농담이었을지 모르는 그녀의 말이나 그녀의 고향을 빌미로 공산주의자로 규정하고, 직업과 재산과 결혼이 모두 원만한 빌이 스스로 죽여달라 했을 리 없다며 '합리적인' 근거만을 남기고, 이 나라가 베푼 혜택을 배은망덕하게 갚았다며 그녀에게 흉악범의 서사를 덧입힌다. 사실과 진실은 이렇게 갈라선다. 법정에 세워진 것은 셀마가 아니라 셀마를 대신할 그럴듯한 이야기다. 셀마를 처음 궁지로 민 것이 이웃이자 '경찰'인 빌이었다는 사실은, 이 나라의 폭력이 멀리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까지는 쉽다. 미국을 욕하는 일에는 우리도 쉽게 동참할 수 있다. 그러나 트리에가 진짜로 노리는 두 번째 피고는 훨씬 뒤늦게, 그리고 뼈아프게 밝혀진다. 그것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셀마가 아들의 눈을 지키기 위해 형 집행의 유예를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 관객은 그녀를 규탄한다. 살아야 한다고, 항소해야 한다고, 답답한 행동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그 규탄은 셀마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한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우리가 올린 기도는 실은 셀마의 구원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셀마가 구원받기를 빈 것이 아니라, 셀마가 구원받는 것을 지켜보며 안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가 무사해야 극장을 나서는 내 마음도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에는 이 이기심을 마지막에 기어이 끄집어낸다.

이 한계는 사실 스크린 안에도 이미 앉아 있다. 셀마의 곁을 지키는 캐시가 그렇다. 그녀는 셀마를 아끼지만, 셀마의 선택 앞에서 분노하고 그 결정을 되돌리려 한다. 그 사랑은 진심이되, 셀마를 잃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이기도 하다. 캐시는 관객이 극 안에 들여보낸 대리인인 셈이다. 심지어 셀마에게 끝까지 다정했던 간수조차, 그 호의를 오래 들여다보면 연대라기보다 동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동정은 상대를 끌어안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감정이다. 더군다나 그녀와 셀마는 필연적으로 끝내 가까워질 수 없는, 간수와 수감자의 관계로서 만난다. 셀마를 향한 선의마저 이렇게 어딘가 어긋나 있다.

그리하여 이 영화가 마지막에 남기는 것은 하나의 잔인한 선고다. 셀마에게는 편이 없다. 그녀를 심판한 나라에게도 없고, 그녀를 아꼈던 사람에게도 없고, 두 시간 내내 그녀를 위해 기도한 관객에게도 없다. 나라는 그녀를 이야기로 바꾸어 죽였고, 사람은 그녀를 살리려는 마음으로 그녀가 택한 죽음을 가로막았으며, 관객은 자신의 의를 지키느라 그녀를 규탄했다. 셀마가 현실에서 온전히 제 편으로 둘 수 있었던 존재는 끝내 아무도 없었다.

비요크는 이 영화 이후 다시는 연기하지 않았다. 관객 역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세 번째로 이것을 보았고, 볼 때마다 셀마의 편이 되어주지 못한 나 자신과 다시 마주했다. 트리에의 학대가 겨눈 마지막 과녁은 스크린 저편의 셀마가 아니라, 언제나 그것을 지켜보는 스크린 이쪽의 나였다.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3부작」 지도›「미카엘과 루시퍼」 지도›
사람
이 감독을 더 보고 싶어11편›
이 배우를 더 보고 싶어3명›
카트린 드뇌브2편›
데이비드 모스1편›
피터 스토메어1편›
소재
개인을 다룬 영화6편›
공장이 배경인 영화가 궁금해9편›
여자들의 우정이 좋았어12편›
공장 노동자가 나오는 영화13편›
장애를 다룬 영화가 궁금해13편›
노동계층을 다룬 영화14편›
무대 위 이야기가 궁금해14편›
빚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15편›
신체 장애를 다룬 영화16편›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영화가 궁금해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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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가 배경인 영화19편›
시각장애를 다룬 영화가 궁금해20편›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궁금해21편›
가난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24편›
비극을 더 보고 싶어2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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