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의 뒷모습. 어딘가에 올라 서 있는 모습. 추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비상하는 것처럼도 보이는 구도. 그녀의 모습은 비상이었을까 추락이었을까.
란티모스 특유의 광각으로 왜곡된 촬영이 우리를 반기며, 신경을 긁는 전자음과 촬영이 본작을 '뒤틀린 우화'라며 어필하고 있다. 이어 아찔할 정도로 화려한 미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란티모스는 모든 부문을 동원해 카메라 안에 자신의 우주를 건설해냈다.
<가여운 것들>은 비틀어 쓴 창세기다. 벨라는 굿윈을 '하느님'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 하느님에게 점점 거세게 반기를 든다. 그리곤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그곳 에덴을 제 발로 걸어 나간다. 다시 태어난 새 천년의 이브는 스스로 에덴을 나온다. 그리고 벗은 몸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마지막이 되어서 다시 만난 피조물과 창조주. 피조물은 창조주에게 "당신이 날 창조했군요"라 운을 떼지만, 창조주는 피조물에게 "벨라 벡스터는 너 스스로 만들어낸 거야"라 대답한다. 비틀어 쓴 21세기의 창세기, 그것이 <가여운 것들>이다.
벨라는 가여운 존재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말의 무게와 사회적 책임을 알지 못한다. 던컨 웨더번은 그녀의 미숙함을 악용한다. 자신이 호의를 보이면 다른 이도 당연히 호의로 응답하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매춘의 개념을 알지 못한다. 그저 사랑을 하는데 돈까지 준다는 '좋은 직업'으로 여긴다. 그녀를 '창녀'라 부르는 던컨에게, "몸을 생산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죠"라는 말로 대응하는 벨라. 그녀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느끼는 관객. 그래서 더욱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순간.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가여운 이는 늘어만 간다. 처음엔 그저 색욕에 미친 짐승으로만 보였던 던컨은 미치도록 순수하고 순수해서 미친 벨라로 인해 정신이 나가게 된다. 벨라는 세상을 너무 몰라 던컨을 엿먹인다. 무시무시한 외형의 굿윈은 어린 시절 미친 아버지의 실험 대상으로 고통받아 감정을 느끼는 것에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사실 누구보다도 미성숙한 아이였다. 또한 벨라의 전 남편인 알피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있다면 그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그러나 손쉽게 벨라에게 제압당하는 알피. 그리고 심히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염소와 합쳐진 알피. 기독교 문명에서 염소는 악마의 상징이다. 가여울 따름이다.
<라라랜드>까지만 해도 나는 엠마 스톤이 '배우'라기보단 '스타'라고 느꼈었다. 그러나 본작에서 엠마 스톤의 연기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말 그대로 '성장'하는, 점점 고 지능이 되어가는 벨라의 모습을 엠마 스톤은 섬세하게 쌓아간다. 내내 추한 모습을 보인 그녀 벨라가 종국에 이르러선 위엄마저 느껴지는데 이는 란티모스와 더불어 엠마 스톤의 공이 지대했으리라.
이 변태 같은 영화에서 숙연함을 느끼게 하다니. 란티모스는 분명 번뜩이는 자다.